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올가을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말을 낳은 작품입니다. 1974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벌어진 영부인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아 개봉 직후부터 역사 해석 논쟁에 휘말렸지만, 11월 3일 기준 누적 관객 345만 7,554명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넘겼습니다. 역사왜곡의 논란이 많고, 실화 소재의 무게, 논란의 쟁점, 흥행의 의미를 차례로 짚어 봅니다.

실화를 다루는 방식
영화의 출발점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입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 사건을, 영화는 배후를 쫓는 추적극의 형식으로 다시 불러냅니다. 유해진이 형사 철구를, 박해일이 진상을 파헤치는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을, 이민호가 신입 기자 영일을 맡았습니다.
허진호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처럼 섬세한 감정 묘사로 이름을 알렸고, 「덕혜옹주」와 「천문: 하늘에 묻는다」로 역사 속 인물을 다뤄 온 연출가입니다. 이번 작품은 그가 역사를 다루는 방식이 인물의 내면에서 사건의 구조로 옮겨 간 사례로 읽힙니다. 형사와 기자라는 두 직업군을 축으로 삼은 것도, 권력이 아닌 진실을 좇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사건을 보게 하려는 선택입니다.
실화 바탕 영화는 늘 두 가지 기대 사이에 섭니다. 관객은 실제 사건의 무게를 느끼고 싶어 하면서도, 영화만이 줄 수 있는 극적 긴장을 원합니다. 「암살자(들)」은 사실로 확인된 사건 위에 극적 상상을 덧붙이는 방식을 택했고, 바로 그 상상의 지점이 이후 논쟁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상상을 덜어 내면 다큐멘터리처럼 밋밋해지고, 상상을 더하면 사실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그 사이 어디쯤에 선을 그을지는 결국 감독의 선택이며, 이 작품은 그 선택의 결과를 관객과 사회 전체가 함께 검증받게 된 드문 사례입니다.
관람을 앞둔 관객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영화와 기록을 분리해서 보는 태도입니다. 영화가 그리는 장면은 역사적 사실의 재현이 아니라 감독의 해석이 더해진 극영화입니다. 사건에 관심이 생겼다면 관람 후 당시의 공식 수사 결과와 기록을 함께 찾아보는 것이, 이 작품을 가장 깊이 즐기는 방법입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로만 접했던 사건을 스크린에서 다시 마주하는 경험은 세대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을 남길 것입니다. 부모 세대와 함께 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역사 해석 논쟁의 쟁점
개봉 직후 영화는 거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일부 보수 단체와 정치인들은 영화가 사건의 배후에 당시 국가 권력이 관여한 것처럼 그려 역사를 왜곡했다고 주장하며 상영 중지를 요구했고, 규탄 집회도 열렸습니다.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인근에서 집회가 열려 경찰이 신변 보호 조치를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영화 측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허진호 감독은 방송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설정을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며, 왜 그런 해석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습니다. 배급사는 작품을 보는 시각이 저마다 다른 상황에서 관객이 스스로 판단하고 해석을 나누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일부 정치인이 영화를 보지 않은 채 주장을 이어 갔다는 지적과 함께, 문화예술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창작에 대한 압박으로 보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 논쟁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극영화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입니다.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다루는 한, 영화의 해석은 누군가에게는 역사에 대한 모독으로, 누군가에게는 질문을 던지는 예술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매체는 손익분기점 돌파가 상업적 성과를 보여 줄 뿐, 작품에 제기된 역사적 쟁점이 해소됐다는 뜻은 아니라고 짚었습니다. 흥행과 평가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균형 잡힌 시각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논란이 남긴 가장 큰 의미는 관객의 태도 변화입니다. 논쟁이 커질수록 남의 말보다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는 관객이 늘었고,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은 8.0점에서 8.8점으로 오히려 반등했습니다. 논란이 관객을 밀어낸 것이 아니라 극장으로 불러들인 셈입니다. 다만 영화 바깥의 정치적 공방이 작품 자체에 대한 차분한 비평을 가려 버렸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연출과 연기, 이야기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정치 공방에 묻혀 버린 것은 작품에도 관객에게도 분명한 손해입니다.
345만 흥행이 말하는 것
숫자로 보면 「암살자(들)」의 흥행 곡선은 독특합니다. 9월 23일 개봉 후 20일 만인 10월 12일 누적 300만 명을 넘었고, 개봉 3주 차에는 주간 관객이 66만 명에서 75만 명으로 늘어나는 역주행을 기록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첫 주에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것과 정반대의 흐름입니다. 5주 연속 주간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고, 2026년 개봉 한국 영화 가운데 흥행 4위에 올랐습니다.
손익분기점을 둘러싼 숫자는 매체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10월 중순 보도에서는 손익분기점을 약 370만 명으로 추산했지만, 배급사는 10월 29일 누적 340만 1,825명 시점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집계 기준의 차이로 보이지만, 어느 쪽이든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이라는 결론은 같습니다. 11월 3일에도 하루 4,437명이 찾아 박스오피스 4위를 지키고 있어, 개봉 6주 차를 넘긴 영화로는 꾸준한 편입니다.
비교 대상을 놓고 보면 성과가 더 선명해집니다. 근현대사를 다룬 대작 상당수가 300만 명을 넘지 못했던 최근 흐름 속에서, 「암살자(들)」은 그 벽을 넘었습니다. 물론 2023년 「서울의 봄」이 기록한 1,185만 명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지만, 같은 현대사 소재라도 관객이 받아들이는 무게와 논쟁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논란 속에서 이룬 345만이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 의미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평점 역시 흥행을 뒷받침합니다. 최근 집계에서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 8.9점, CGV 에그 지수 92%를 기록했습니다. 논란과 별개로 극장을 나선 관객의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고, 유해진과 박해일이라는 믿고 보는 배우 조합의 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해외 영화제에서 티켓이 3분 만에 매진됐다는 소식은 이 작품이 국내 정치 지형을 벗어나서도 통하는 이야기라는 가능성을 보여 줍니다.
「암살자(들)」은 실화의 무게와 극적 상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영화입니다. 역사 해석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345만 관객과 8점대 후반의 평점은 작품 자체의 힘을 증명합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논란이 있을만한 영화입니다. 주변 친구가 역사가인데 만류할정도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만약 픽션 현대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나 유해진·박해일·이민호 세 배우의 조합이 궁금한 분께 권하며, 관람 후에는 실제 기록도 함께 찾아보시기를 권장합니다.
[출처]
https://www.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37349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3882
https://www.mt.co.kr/entertainment/2026/10/12/2026101215517240783
https://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2610290201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755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