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바람』이 입소문만으로 '비공식 천만 영화'라는 별명을 얻은 지 17년 만에, 배우 정우의 두 번째 자전적 이야기 『짱구』가 돌아왔습니다. 10대 짱구가 어른들의 세계와 만났을 때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남는지, 이 영화는 웃음과 씁쓸함을 동시에 건네며 그 질문에 답합니다.

오디션 낙방 100번, 열정만으로는 안 되는 세계
영화 『짱구』는 누아르 영화 신인배우 오디션 현장에서 시작합니다. 88번 김정국, 즉 짱구는 준비한 대사를 까먹고, 특기라던 액션은 어설프기만 하며, 심사위원은 불과 몇 초 만에 "됐어요, 다음"을 외칩니다. 서울로 상경한 지 만 10년, 오디션만 100번 넘게 본 남자에게 이 장면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바람』 시절의 짱구는 허세와 깡으로 세상을 버텼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그것이 통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의 세계, 특히 배우라는 직업의 세계는 허세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영화는 이 낙방의 순간들을 비극으로 처리하지 않고 코미디로 포장합니다. 오디션장에서 대사를 까먹고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를 반복하는 짱구의 모습은 웃기지만, 그 웃음 뒤에 1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가 놓여 있습니다. 웃기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아픈 구조입니다.
이 지점이 영화 『짱구』의 첫 번째 미덕입니다. 배우 정우 본인이 실제로 지나온 무명 시절의 기록이기에, 오디션장의 긴장감과 낙방 이후의 허탈함이 구체적이고 생생합니다. 신예 오성호 감독과 정우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는 사실은 이 자전적 진정성을 더욱 뒷받침합니다. 관객은 스크린 속 짱구를 보면서 지금은 성공한 배우 정우가 그 시절을 얼마나 정직하게 꺼내 보이는지를 함께 느낍니다. 코미디라는 이름으로 가볍고 편하게 다가오지만, 그 안에 담긴 위로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열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어른의 세계를 짱구는 몸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미니와의 연애,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의 거울
에너지 충전을 위해 찾은 고향 부산에서 짱구는 미니를 만납니다. 크리스털처럼 빛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미니는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다가 없다고 하고, 만날 장소를 4시라 했다가 5시라 바꾸고, '금방 다시 전화할게'의 금방이 다음 날 아침이 되는 사람입니다. 짱구는 그녀의 연락 한 통에 혼자 덩실덩실 춤을 추고, 침묵 한 번에 "미친 이거, 와 전화가 없나"를 되뇝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미니는 종잡을 수 없는 연애 상대입니다. 그러나 비평적 시선으로 바라보면, 미니는 짱구의 삶 전체를 비추는 거울에 가깝습니다. 오디션도, 연애도, 결정권은 항상 상대방에게 있고 짱구는 기다리고 버티는 것밖에 할 수 없습니다. 영상에서 언급되는 '슈퍼을'의 연애 구조는 그의 배우 인생과 정확히 같은 형태입니다. 심사위원이 "다음"을 부를 때까지, 미니가 전화를 받을 때까지, 짱구는 언제나 대기 중입니다.
낯선 오빠의 고급 차와 짱구의 중고 신차가 나란히 달리는 장면은 이 대비를 시각적으로 압축합니다. 짱구가 자랑스럽게 몰고 온 새 차는 담배 연기에 창문을 열어야 하는 처지가 되고, 옆에 선 상대의 차는 노답(no answer)의 격차를 말없이 드러냅니다. 이 장면 하나가 20대 짱구가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미니라는 인물이 짱구의 시선 안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그녀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는 끝까지 흐릿하게 남습니다. 이야기를 움직이기 위한 장치로 기능하는 측면이 강해, 입체적 인물이기보다는 짱구의 감정을 조율하는 역할에 머무릅니다. 자전적 이야기의 특성상 짱구 한 사람의 감정에 깊이 기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미니의 서사가 좀 더 풍부했다면 영화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을 것입니다.
배우 정우의 자전적 고백, "연기를 왜 하는 겁니까"
영화의 진짜 전환점은 두 번째 오디션 장면에서 찾아옵니다. 심사위원은 짱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주연감도 아니고 특출 나게 잘생기지도 않았다면 연기력이 있어야 하고, 그보다 먼저 인간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집에 가서 자기 눈을 들여다보고, 이 길이 진짜 맞는지 냉정하게 판단하라는 조언까지 덧붙입니다.
이 장면에서 영화는 처음으로 코미디의 웃음을 완전히 걷어 냅니다. 짱구가 "처음으로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는 순간, 관객도 함께 멈춰 섭니다. 이 장면이 특별한 무게를 갖는 이유는 단순히 드라마틱한 반전이어서가 아닙니다. 배우 정우 본인이 신예 오성호 감독과 공동 연출을 맡아 자신의 무명 시절을 두 번째 자전적 이야기로 꺼낸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성공한 배우가 아직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던 시절의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을 다시 꺼내 보이는 행위, 그 자체가 이 장면을 진심으로 만듭니다.
"나는 이거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짱구의 대사, "괜찮은 어른이 되겠다고 학속을 했었어요"라는 고백은 배우 정우의 목소리와 완전히 겹쳐집니다. 이것이 단순한 청춘 코미디를 넘어서는 지점입니다. 『짱구』는 성공담이 아닙니다. 성공하기 전,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시간, 이루어질지 모르는 채 버텨야 했던 20대의 생존기입니다. 배우를 꿈꾸는 사람만이 아니라, 지금 무언가를 붙들고 버티는 모든 사람에게 영화는 말을 건넵니다.
영화 『짱구』는 『바람』의 소년이 어른이 되어 만난 세계를 코미디와 진정성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오디션 100번 낙방의 일상, 미니와의 통제 불가능한 연애, 그리고 배우 정우의 자전적 고백이 세 축을 이룹니다. 주변 인물의 평면성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에 대한 묵직한 위로와 응원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출처]
《바람2》 떴다!! 17년 만에 개봉한 후속작...! 비공식 천만 영화 [바람]의 [짱구]가 어른들의 세계(?)를 만나면 벌어지는 일: https://www.youtube.com/watch?v=YaZjfTjIM2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