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의 오래된 악당이 단독 주연을 맡은 DC 스튜디오 신작 「클레이페이스」가 10월 21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히어로 영화를 떠올리고 극장에 들어가면 당황할 만큼, 이 작품은 철저한 바디호러에 가깝습니다. 장르의 성격과 쿠키 영상 유무, 국내외 평점과 흥행 성적까지 관람 전에 꼭 필요한 정보만 스포일러 없이 골라 모았습니다.

히어로물이 아닌 바디호러
이야기의 주인공은 빈민가 출신으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할리우드 배우 맷 헤이건(톰 리스 해리스)입니다. 범죄 조직 두목의 공격으로 얼굴이 크게 훼손되면서 배우 인생이 끝날 위기에 놓이고, 한 과학자의 미완성 기술로 얼굴을 되찾습니다. 그러나 감정을 통제할 때만 얼굴이 유지된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고, 그의 몸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변해 갑니다.
연출은 「우먼 인 블랙」과 「스픽 노 이블」로 공포 장르에서 실력을 증명한 제임스 왓킨스가 맡았고, 각본에는 「힐 하우스의 유령」 시리즈로 알려진 마이크 플래너건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조합만 봐도 이 영화가 액션보다 공포에 무게를 둔다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왓킨스 감독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플라이」(1986)를 주요 영향작으로 꼽았는데, 실제로 국내 한 평론도 신체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 가는 공포라는 점에서 그쪽에 더 가깝다고 평가했습니다.
외모를 되찾으려는 욕망이 몸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설정에서는 2024년 화제작 「서브스턴스」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배우라는 직업이 얼굴로 평가받는 일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 영화의 공포는 괴물 자체보다 '얼굴을 잃는 것이 곧 나를 잃는 것'이라는 데서 나옵니다. 외모 강박을 다룬 사회적 은유로 읽을 여지가 충분한 대목입니다.
다만 이 장르적 선택은 관객을 분명하게 갈라놓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108분 동안 신체 변형과 잔혹한 장면이 이어지기 때문에, 「배트맨」 시리즈의 연장선이나 가벼운 히어로 액션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포 영화 팬이라면 DC라는 이름을 지우고 봐도 충분히 즐길 만한 장르 영화입니다.
주연 톰 리스 해리스의 선택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입니다. 얼굴이 무너지는 인물을 연기하려면 분장과 특수효과에 상당 부분을 맡길 수밖에 없는데, 그 안에서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어려운 역할입니다. 나오미 애키, 맥스 밍겔라, 에디 마산 같은 개성 있는 조연진이 곁을 받친다는 점도 장르 영화로서의 안정감을 더합니다.
쿠키 영상은 없다
마블과 DC 영화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쿠키 영상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클레이페이스」에는 쿠키 영상이 없습니다. 개봉 당일 보도에 따르면 엔딩 크레딧크레디트 이후 추가 장면이나 다른 DC 유니버스 작품을 예고하는 영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크레디트가 오르면 편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도 됩니다.
쿠키가 없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이 영화의 성격을 보여 줍니다. 최근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다음 작품을 홍보하는 쿠키로 세계관을 이어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클레이페이스」는 그런 연결고리 없이 한 편으로 완결되는 이야기를 택했습니다. 거대한 세계관의 퍼즐 조각이 아니라 독립된 공포 영화로 봐 달라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이 선택에는 장단점이 함께 있습니다. 장점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입니다. 이전 DC 영화를 하나도 보지 않았더라도 이해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원작 캐릭터에 대한 배경지식도 필요 없습니다. 클레이페이스는 1940년 첫 등장해 펭귄이나 리들러보다 먼저 나온 배트맨의 선임 빌런이지만, 영화는 그런 역사를 몰라도 따라갈 수 있게 짜여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팬들이 기대하는 확장성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한 평론가는 이 작품이 비극적인 서사를 갖췄지만 조커나 할리 퀸만큼 캐릭터의 확장 가능성이 느껴지지 않아 DC 유니버스의 소품에 가깝다고 평가했습니다. 세계관의 다음 단계를 기대한 팬이라면 다소 허전함을 느낄 대목입니다.
그렇다고 이 선택을 실패로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오히려 거대한 세계관의 부담에서 벗어났기에 감독이 하고 싶은 공포를 온전히 밀어붙일 수 있었다는 평가도 가능합니다. 시리즈물에 지친 관객에게는 앞뒤 작품을 챙겨 볼 필요 없이 한 편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반가운 선택지입니다. 「조커」가 단독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둔 전례를 떠올리면, 빌런 단독 영화가 꼭 세계관에 기대야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평점과 흥행이 말하는 것
해외 반응은 평론가보다 관객 쪽이 더 뜨겁습니다. 로튼토마토 평론가 점수는 75%로 알려졌고, 관객 점수는 94%에 이릅니다. 미국 관객 출구조사인 시네마스코어도 A-를 받았습니다. 공포 영화는 대체로 관객 평가가 박한 장르라는 점을 생각하면, A-는 꽤 좋은 성적표입니다.
흥행 성적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북미 개봉 첫 주말 2,400만 달러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해외 1,900만 달러를 더해 전 세계 4,300만 달러로 출발했습니다. 1위라는 결과는 분명 성과입니다. 다만 해외 매체들은 이 수치가 지금까지 이어진 DC 유니버스 작품 가운데 가장 낮은 오프닝이라고 짚었습니다. 히어로 블록버스터가 아닌 중간 규모 공포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 범위 안의 출발이라는 시각도 함께 나옵니다.
국내 성적은 더 조용합니다. 개봉 이튿날인 10월 22일 누적 1만 8,839명으로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고, 씨네21 집계 기준 누적 관객은 약 9만 명입니다. 같은 시기 「극장판 치이카와」와 「실낙원」이 강세를 보인 데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과 낯선 바디호러 장르가 국내 관객층을 좁힌 것으로 보입니다.
숫자를 종합하면 이 영화의 위치가 선명해집니다. 대중적인 히어로 영화로는 아쉽지만, 장르 영화로서는 관객 만족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극장에서 보기로 했다면 기대치를 '배트맨 빌런 영화'가 아니라 '잘 만든 공포 영화'에 맞추는 편이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잔혹한 장면에 약한 분이라면 함께 볼 사람과 미리 상의하기를 권합니다.
결국 「클레이페이스」의 흥행은 장르 영화가 슈퍼히어로라는 간판을 달았을 때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동시에 보여 줍니다. DC라는 이름 덕분에 공포 영화로는 드물게 북미 1위에 올랐지만, 같은 이름 때문에 히어로물을 기대한 관객의 기대치와 어긋나는 부담도 안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볼지 고민 중이라면 이 점을 먼저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클레이페이스」는 DC라는 간판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외모 강박과 신체 붕괴를 다룬 정통 바디호러입니다. 쿠키 영상도, 세계관 확장도 없는 독립된 이야기라 히어로 팬에게는 허전할 수 있지만, 관객 점수 94%가 보여 주듯 공포 장르 팬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년도 최고의 공포장르 영화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플라이」나 「서브스턴스」를 인상 깊게 본 분께 특히 추천하며, 잔혹한 묘사에 약하다면 신중히 고르시기 바랍니다.
[출처]
https://www.etoday.co.kr/news/view/2638300
https://weekly.khan.co.kr/article/202610280600031
https://www.thewrap.com/creative-content/movies/clayface-you-can-see-everything-box-office/
https://screenrant.com/clayface-box-office-opening-weekend-global-result/
https://isplus.com/article/view/isp202610220004
https://cine21.com/movie/info/?movie_id=63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