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얻는 대가가 죽음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뷰티』는 그 질문을 전염병과 산업의 언어로 풀어낸 서스펜스 드라마입니다. 『서브스턴스』의 드라마판이라 불릴 만큼 충격적인 연출과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뷰티 바이러스의 실체 — 아름다움을 파는 죽음의 상품
『더 뷰티』는 기괴한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주 괴상한 복장의 의문의 여성이 호텔 스위트룸에 등장하고, 그녀와 접촉한 남자는 이후 극심한 갈증과 고열에 시달립니다. 체온은 인간이라면 즉사 수준인 48도까지 치솟고, 온몸이 뒤틀리는 경련 끝에 마치 곤충이 탈피하듯 거대한 고치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평생을 바라고 바라던 완벽한 외모와 육체를 손에 넣은 것입니다.
그러나 이 변화에는 끔찍한 대가가 따릅니다. 세계 각지에서 감염자들이 수십 병의 물을 순삭 하듯 들이켜다 멈출 수 없는 폭주 상태에 빠지고, 결국 처참한 폭발과 함께 죽음을 맞이합니다. FBI 요원 조던과 쿠퍼가 수사에 착수해 밝혀낸 사실은 충격적입니다. 이것은 성 접촉, 즉 체액으로만 전파되는 바이러스였으며, 치사율은 무려 99퍼센트에 달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감염 경로가 비말이 아닌 접촉과 체액으로만 전파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살해당한 피해자이자 보균자였던 클레어의 사건을 시작으로, 조던과 쿠퍼는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합니다. 그리고 사건의 배후에는 이 뷰티 바이러스를 하나의 '상품'으로 설계하고 판매해 온 거대한 조직이 있었습니다.
이 설정이 갖는 서사적 힘은 단순한 공포 장르의 문법을 훌쩍 넘어섭니다. 아름다움이 전염병의 형태를 띤다는 발상은, 개인의 욕망이 어떻게 시장이 되고 그 시장이 어떻게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죽이는지를 냉혹하게 보여 줍니다. 『서브스턴스』가 한 개인의 욕망이 육체를 파괴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더 뷰티』는 그 욕망을 산업화한 구조 전체를 문제의 중심에 놓습니다. 이 지점에서 두 작품은 비슷한 메시지를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최신 과학과 기술이 총집합된 이 거대한 사건은,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뷰티 바이러스의 설정이 충분히 사회적으로 탐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 접촉으로만 감염된다는 설정은 욕망과 아름다움을 연결하는 장치로 쓰이지만, 감염자에 대한 낙인이나 사회적 공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탐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 부분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면 훨씬 입체적인 사회 비평 드라마가 완성되었을 것입니다.
제레미의 열등감 — 괴물이 되기 전의 인간
『더 뷰티』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인물은 뉴저지에 사는 청년 제레미입니다. 그는 매일 밤 방구석에서 욕구를 해소하는 것만이 인생의 낙이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으며, 이성조차 만나 본 적 없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날 그의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된 그는, 자신 없던 나와의 이별을 준비하기 위해 성수술을 결심합니다.
몇 개월 후 한층 다듬어진 인상으로 변한 그에게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평생 처음 받아 보는 여성들의 미소와 처음 들어 보는 이성의 플로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설레는 경험의 끝에서 그가 깨달은 것은 냉혹한 현실이었습니다. 새 여자들의 관심과 함께 기분 좋게 마취된 채 이차를 준비했지만, 결국 그의 용도는 지갑전사일 뿐이었습니다.
이 깊은 열등감이 분노로 바뀌고, 제레미는 결국 뷰티 바이러스를 통해 꿈꾸던 완벽한 외모와 육질을 손에 넣습니다. 평생의 꿈을 마음껏 펼치던 그에게 받지 말아야 할 전화가 걸려 오고, 나비로 환생한 자신의 화려함에 도취되어 있던 그때, 예정된 운명이 당도합니다. 그러나 프로킹의 레벨을 넘기에 역부족인 결전 끝에, 이제 죽어야 할 시체만 하나 늘게 된 상황에서 기묘한 자포자기가 오히려 사인기계기의 흥미를 자극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총구마저 내려놓게 만드는 이 역설적인 전개는, 제레미가 평생이 꿈마저 달성한 뒤 아무런 미련도 남지 않게 된 상태였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인물이 무서운 이유는 그가 괴물이기 이전에 너무나 현실적인 사람이었다는 데 있습니다. 외모 때문에 무시당해 왔다는 상처, 그 상처가 왜곡된 분노로 자라는 과정은 오늘날 온라인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인셀 문화의 심리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습니다. 드라마는 제레미를 동정하지도, 단순한 악당으로 몰아붙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평생을 좌절과 열등감 속에 살다가 한 번 불꽃처럼 타올라 보았기에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게 된 그의 모습은 기묘하게 처연합니다. 그의 항이 펼쳐지는 장면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태도가 오히려 그를 쫓던 킬러의 흥미를 자극하여 킬러 영입 제안으로 이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는, 이 드라마가 단순한 공포물 이상의 서사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외모지상주의 비판과 연출의 모순 — 저작권 보호라는 이름의 살인
『더 뷰티』의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서늘함을 품고 있습니다. 각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살인들은 사실 뷰티 바이러스의 '진짜 주인'이 고용한 프로킹의 소행이었습니다. 부작용 없는 완벽한 시술을 보유한 기업이, 불법 복제된 짝퉁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감염자들을 제거해 온 것입니다. 그들에게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불법 복제물로 인한 막대한 금전적 손해였습니다. 수많은 청부살인은 짝퉁을 뿌리 뽑기 위한 일종의 저작권 보호 조치였던 셈입니다.
이 집행자의 정체는 연세가 명사를 받기 위해 바이러스의 진짜 주인에게 고용된 프로킹이었으며,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문제를 근원에서부터 해결하려 했지만 상황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고 있었습니다. 뉴욕으로 돌아온 쿠퍼가 마주한 것은 최악의 사태였습니다. 뉴욕 한복판의 카페에서 한 감염자의 갈증 증상이 멈출 수 없는 폭주가 되고, 광란의 끝에서 끔찍한 폭발이 만들어낸 조각들이 수많은 이들의 정맥에 스며들면서 본격적인 대확산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외모지상주의의 구조적 불평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돈 있는 사람은 부작용 없는 완벽함을 구매하고, 그것을 흉내 내려는 사람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외모의 불평등이 곧 생명의 불평등이 되는 구조입니다. 아름다움이 결국 소수만 누릴 수 있는 특권임을 이보다 더 잔혹하게 보여 주는 방식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스스로 모순에 빠집니다.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작품이면서도, 화면은 변신한 인물들의 완벽한 몸을 끊임없이 매혹적으로 비춥니다. 비판하려는 욕망을 스스로 소비하는 이 모순은 이 장르가 늘 경계해야 할 함정인데, 『더 뷰티』도 그 함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습니다. 폭력과 고어 장면 역시 충격을 주는 데는 성공하지만, 반복될수록 이야기의 무게보다 볼거리를 위한 장치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FBI 수사, 조던과 쿠퍼의 감정선, 제레미의 변신, 프로킹의 임무, 기업의 음모까지 여러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각각의 깊이가 얕아지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특히 조던이 감염되는 전개는 충격보다 급작스러움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더 뷰티』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전염병과 산업으로 확장한 야심 찬 서스펜스 드라마입니다. 제레미의 열등감이 보여 주는 현실성과, 저작권 보호라는 이름 아래 생명을 거래하는 기업의 논리는 분명 날카롭습니다. 다만 산만한 서사 구조와 비판 대상을 스스로 소비하는 연출의 모순은 메시지를 일부 흐립니다. 『서브스턴스』의 충격을 시리즈로 더 길게 경험하고 싶다면 충분히 볼 만한 작품입니다. 현재 디즈니 플러스에서 스트리밍 중입니다.
[출처]
영상 채널: 지무비 / https://www.youtube.com/watch?v=rdXQz94zMFQ